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동화뉴스
제목
[동화뉴스 23-26호] 선박.플랜트용 열교환기 시스템 전문기업, (주)동화엔텍의 '수소 드라이브'
등록일
2023-09-11
조회수
849
파일

  

㈜동화엔텍(대표 김동건)은 1980년에 설립된 부산의 열교환기 전문기업이다. 선박, 발전·플랜트에 들어가는 열교환기 분야 최고 수준의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고압·초저온을 다루는 액화천연가스(LNG)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충전 분야에도 진출했다. 월드클래스 300, 소부장 으뜸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동화엔텍은 부산 녹산산단에 녹산사업장, 화전산단에 화전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음산단에는 실험센터에 해당하는 에너지환경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화엔텍이 수소충전기에 들어가는 수소예냉기(H2 Pre-Cooler)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룹사 전체로 보면 그 비중이 미미합니다. 그 동안 수소사업 쪽으로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제한적이라 답답한 측면이 있었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에 동화하이텍을 설립했어요. 유압핸들링 기술을 기반으로 고압수소압축기, 액화수소 펌프 분야에 도전하고 있죠.”

 

동화엔텍 화전사업장에서 양영명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동화엔텍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지난 3월 류광현 사장을 영입해 동화하이텍 설립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평소 관심이 있던 린데의 아이오닉 압축기 기술을 피스톤 압축기에 적용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걸 보고 우리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통상 유압피스톤 압축기는 오일프리, 즉 건식 환경에서 작동하는데, 수소차 충전을 위해 900bar까지 압을 높여 충전하다 보면 씰(seal)이 닳아서 파손이 되기 쉬워요. 그에 반해 아이오닉 압축기는 액체로 수소를 밀어주면서 압축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가 없죠.”

 

아이오닉 액체(Ionic Liquid)는 상온에서 고체인 염이나 산화물을 가열·융해해서 액체 상태로 만든 유기물질을 이른다. 반도체 공정에 주로 사용되며, 수소와 결합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압력에 따른 부피 변화가 없어야 한다.

 

“점도가 있는 습식 환경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저항이 거의 없어요. 마찰에 대한 저항이 줄다 보니 전력소비가 적고 발열도 낮죠. 또 기체의 온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냉각 효율이 함께 좋아져 시스템 전체의 소비전력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큰 비용이 드는 씰을 교체할 일도 없고요.”

 

질소를 900bar 이상으로 압축해서 근 1년 동안 10만 회 이상 반복시험평가를 진행해왔지만, 지금껏 패킹 손상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피스톤 압축에 기계식 ‘캠밸브’를 적용, 유압 구동부의 맥동 충격을 해소해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였다.

 

“조만간 대전에 있는 가스기술공사 수소전주기센터에 시제품을 보내 수소 테스트에 들어갈 겁니다.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충북 음성에 있는 가스안전공사에 납품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죠.”

 

납품 일정은 오는 11월로 잡혀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KGS)에서 진행하는 밸브 테스트용 압축기로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수소 실증을 완료할 생각이다. 하이넷이나 코하이젠의 수소충전소 발주가 거의 끝이 났고, 액체 수소충전소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단계라 기체수소용 고압압축기 수요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양영명 부사장의 판단은 달랐다.

 

“세계적으로 수소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단계라 걱정하지 않습니다. 유럽만 해도 엄청난 규모의 수소 인프라를 깔고 있고, 배관을 통해 수소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죠. 현재 한국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수소 기업이 다 들어와 있어요. 아이오닉 피스톤 압축기가 기술 안정화를 거쳐 시장에 출시되면 업계의 표준과 기준이 바뀔 거라고 확신합니다.”

 

압축기는 수소충전소 핵심 설비 중 하나다. 큰 고장 없이 적은 전기료로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소차 보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동화하이텍의 아이오닉 압축기는 기존 다이어프램, 유압피스톤 방식과 압축 기술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성능과 내구, 효율 면에서 뚜렷한 강점을 구현해낸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히트를 칠 가능성이 높다. 동화하이텍 류광현 사장의 생각도 같다. 그는 “시간당 150kg의 수소를 압축할 수 있는 대용량 압축기 제품의 설계를 마친 상태” 라고 한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중압, 고압으로 해서 2단으로 설계했어요. 고압 압축의 경우 3분의 1 이상 전기 소모가 적은 획기적인 제품이 될 겁니다. 버스차고지를 중심으로 수소버스 충전사업을 하겠다는 곳이 있어요. 부산, 제주, 안산, 인천 같은 곳에 수요가 있죠. 사업 타깃을 이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기체의 물성에 맞는 아이오닉 액체를 잘 조합하면 다른 쪽에도 쓸 수 있다. 수소압축기 외에도 BOG(Boil off gas, 증발가스)용 압축기, 이산화탄소나 질소, LNG 압축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유압장비나 유압시험장비, 특수목적용 장비를 맞춤으로 제작해서 납품하고 있는 만큼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다.

 

동화엔텍의 역사는 40년이 훌쩍 넘는다. 1980년에 선박용 열교환기 수리로 입문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선박용, 발전·플랜트 산업의 열교환기 전문기업으로 해외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LNG로 대표되는 초저온 유체의 액화와 기화에 필요한 열교환시스템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엔텍의 화전공장 내부를 돌아본다. 원통형으로 마감된 육상 플랜트용 콘덴서(Surface Condenser)가 보인다. 스팀터빈을 돌린 후 저압의 증기를 다시 응축해 고온상태에서 보일러 용수로 사용하는 랭킨 사이클의 핵심 장비다. 육상 플랜트용 압축기를 위한 애프터쿨러(After Cooler)도 보인다. 최종 압축된 가스를 냉각하기 위해 압축기 후단에 설치하는 열교환기다. 또 공장 한쪽에서 기화기에 들어가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튜브 번들 조립이 한창이다. 선박이나 육상 플랜트에 들어가는 산업용 제품이라 기본적으로 덩치가 크다.

 

그에 비하면 수소충전용 프리쿨러(H2 Pre-Cooler, 수소예냉기)는 크기가 작다. 초등학생이 어깨에 메는 책가방 크기다. 수소전기차 충전을 위해 디스펜서 전단에 들어가는 열교환기로 PCHE(Printed Circuit Heat Exchanger, 인쇄회로기판 열교환기)로 불린다. PCHE 열교환기는 유체가 흐르는 유로가 에칭된 얇은 철판을 여러 개 겹쳐 고압의 진공챔버 안에서 가열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챔버 안에서 금속 간 확산·접합이 일어나 모재와 같은 수준의 제품을 얻게 된다.

 

“고압 환경에 최적화돼 있으면서 단위체적당 전열 면적이 높아 크기가 작아도 성능은 뛰어납니다. PCHE가 LNG 쪽에 많이 쓰는 기술이에요. LNG선박에 올라가는 재액화장치, 그러니까 기화가 된 천연가스의 온도를 낮춰서 다시 액화하는 장비에 열교환 용도로 개발된 기술이죠. 수소는 분자가 작고 900bar에 이르는 극고압, 저온 환경에서 충전이 돼요. 콤팩트한 PCHE 열교환기가 딱 맞는 분야죠.” 양영명 부사장은 “우리가 PCHE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 기술을 활용해 수소 쪽에 접목하면서 수소예냉기 제품을 시장에 냈다”고 말한다.

 

동화엔텍은 2019년에 수소충전기용 예냉기를 처음 출시하면서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에 앞장섰다. 수소예냉기의 경우 국내 수소충전소 중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소 전문 전시회인 H2 MEET(전 수소모빌리티+쇼) 어워드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LNG선박의 경우 액체(LNG)로 펌핑해서 기화한 다음 엔진에 연료(천연가스)를 공급하기 때문에 열교환기가 필수로 들어가요. 배에 올리는 장비는 단순하고 작을수록 좋으니까 PCHE 기술을 쓰게 되죠. LNG와 액화수소가 유사점이 많아요. 액체수소충전소의 경우 1,000bar에 이르는 극고압으로 액체수소를 펌핑해서 바로 기화를 하게 되죠. 영하 253℃의 액화수소를 바로 기화하기 때문에 LNG보다 열교환기 비중이 훨씬 높아요. 액화수소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동화하이텍과 함께 개발 예정인 액화수소 펌프의 아이디어도 LNG 펌프에서 찾을 수 있다. 영하 162℃에서 액화하는 LNG의 초저온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면, 영하 253℃에 이르는 액화수소의 극저온 기술 확보가 한결 수월하다.

 

“그룹사 전체로 보면 열교환기는 동화엔텍, 압축기는 동화뉴텍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 동화하이텍이 들어오면서 압축기, 펌프, 열교환기 등 수소 쪽 핵심 장비를 대부분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죠. 나머지 시스템을 꾸미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동화엔텍은 동화하이텍뿐 아니라 동화뉴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동화뉴텍은 압축기 전문기업으로 소형 선박에서부터 초대형 선박, LNG운반선 등 특수선에 들어가는 공기·가스압축기를 생산해 공급한다. 동화엔텍은 중국에도 두 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은태실업(상하이)은 중국 내 영업과 납품 업무 등을 하는 영업사무소 역할을 하고, 강소동화(장쑤성)는 동화엔텍의 기술력이 축적된 에어쿨러(Air Cooler)와 조수기(FWG)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동화엔텍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위 안에 드는 ‘세계일류상품’을 4개나 보유하고 있다. 에어쿨러, 선박용 담수장치인 FWG(Fresh Water Generator), 펌프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인 ESS(Energy Saving System), LNG 기화기가 여기에 든다. 먼저 ‘에어쿨러’는 선박을 구동하는 디젤엔진의 힘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터보차저로 흡입된 압축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제품이다. 또 ‘FWG’는 해상에 꼭 필요한 담수를 만드는 장비로 해수를 저압 증발해 염분을 제거한다. ‘ESS’는 선박의 중앙해수냉각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한 지능형 제어시스템으로 운항 중 해상환경 조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펌프의 구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선박에 들어간 다양한 모터와 펌프 등에 적용해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LNG 기화기’는 LNG 해상인수기지에서 액화천연가스를 하역할 때 사용하는 초저온 열교환기로 고압의 LNG를 기화하는 장치다.

 

동화엔텍 본사 입구에는 창업자인 김강희 회장의 사훈이 돌에 새겨져 있다. ‘바르게, 제대로’. 이 슬로건은 양영명 부사장이 입고 있는 재킷의 왼쪽 가슴에도 박혀 있다.

 

“바르게 도전하고 제대로 경영하라는 뜻이죠. 구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임직원이 몸으로 익혀서 실천하고 있는 말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중요한 시대가 됐잖아요. 무탄소, 저탄소 기술에 도전해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100년 기업’이 되자는 뜻도 담겨 있죠.”

 

올해 말부터 액화수소가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유통될 예정이다. 수소 운반체로 암모니아가 큰 주목을 받고 있고, CCS(탄소 포집· 저장)에서 요구하는 CO2 포집·액화 기술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청정수소 발전시장의 태동에 맞춰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이런 변화를 잘 봐야 합니다. 장비나 시스템 기술은 그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변화에 맞게 제조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또 새롭게 재정립해야 합니다. 동화엔텍이 2030년에 기술회사로 제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가 매우 중요해요. 전략을 잘 짜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있죠.”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를 다루는 기술은 난이도가 높지 않다. 오히려 온도와 압력의 변화가 큰 LNG 기술이 더 까다롭다. LNG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수소를 잘 다룰 수 있다. 동화엔텍은 초저온 장비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서 극저온에 적용할 방침이다.

 

“액화수소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유통이 되면 관련 장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겠죠. 액화수소 펌프만 해도 기본개념은 정립이 돼 있지만, 실제 제품 개발에 들어가서 시제품을 내고 이를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대략 3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액화수소 펌프를 시장에 출시해야죠.” 로드맵은 나와 있다.

 

우선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피스톤 압축기에 집중해야 한다. 일산 킨텍스에서 9월 13일에 열리는 H2 MEET 전시회에 새롭게 디자인된 압축기를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수소 쪽으로는 동화엔텍과 동화하이텍이 같이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소폭 개선하기보다는 시장이 놀랄 만한 혁신 제품을 들고 나가야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세계일류상품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동화엔텍이 동화하이텍과 손을 잡고 내년 수소 시장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